Interview (for style H the art exhibition)

 

 


스타일 H에서 주관하는 기획전시 ‘ART, H’ 참여와 함께 간단한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기고된 페이지상 편집된 부분이 있어 원문도 함께 첨부합니다.






<인터뷰 원문>


1 작가가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오랜 시간 유통과 하우징 분야의 기획과 스타일링을 담당하던 디자이너로서 일해왔는데 클라이언트 잡의 한계에 지쳐 있었습니다. 공간에 필요한 아트웍과 오브제를 필요시 직접 만드는 일도 많았지만 어디까지나 프로젝트의 맥락과는 상관없는 관계자 개인의 취향과 기분에 의해 교체 되거나 인테리어의 허점을 커버하기 위해 메꾸는 소품으로 전락하기가 일쑤였어요. 일을 오래 할수록 회의감만 커졌고 오롯이 나의 안목과 미술철학으로 일관되어 어떠한 간섭요소와 제약 없이 공간과 오브제 작업을 이끌어 보고 픈 욕구가 커지면서 개인작업으로 전환하게 되었죠. 

재미있는 에피소드 하나 이야기 하자면, 평소 친분이 두터운 이탈리안 가구 브랜드 대표님의 매장 연출을 간간히 맡았었는데 그 당시 연출처럼 걸어 둔 제 자수 작업이 디자인 하우스(행복이 가득한집)기자님의 눈에 띄어 연출을 위한 소품이 아닌 작업으로 인정받는 첫 기회가 되었습니다. 

순간 생각했어요. “오롯이 나의 호흡으로 태어난 세계가 탄생하였고 그것이 하나의 생명을 가질 수 있겠구나.” 하고요. 

이후 제 세계를 표현하는 일에 더욱 집중하고 디자이너 보다 작가로서의 소개하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2 주로 어떤 작업을 하시나요? 


개념적으로 보면 저의 미적 세계관의 역할을 현실화한 것들로, 편안하고 단정한 아름다움을 작업합니다. 제가 감동하고 아름다움을 느끼는 순간은 타오르는 희열과 에너지 보다는 평정을 갖게 해주는 위로 같은 지점이예요. 그것에 바탕을 두고 자수요소를 사용하여 표현을 합니다. 손자수가 가지는 세밀함과 느린 속도감이 작업행위 자체에서도 무척 안정감을 주거든요. 

그렇다고 막연히 고요하고 지루하지만은 않아요. 익숙한 사물의 형태로 표현되지만 다양한 소재를 실험적으로 사용해보고 물성의 조합이 생경하여도 오묘하게 녹아 드는 그런 작업을 추구합니다. 레진과 펠트, 금속 등으로 식물을 표현한 시들지 않는 식물의 초상 시리즈가 대표적일 수 있겠네요. 일반적인 수예를 벗어나 다양한 소재를 적용한 오브제틱한 작품으로 전개하기에 작업하는 입장에서도 매번 새로움에 흥미롭고 도전할 목표가 새로 생기죠.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한동안 실컷 만들고 빚어내는 오브제 작업에 심취해 있었는데 요즘은 다시 평면 작업에 끌리고 있어요. 앞으로 전개하는 작업의 새로운 챕터도 또 다른 형태의 자수를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 매우 기대됩니다. 



3 작품의 영감은 주로 어디에서 얻나요? 


시작은 관심과 호기심이 생기는 일상의 모든 모멘트입니다. 무심함 중에 갑자기 사물의 새로운 부분을 발견하거나 전에 느끼지 못한 다른 감정이 들면 호기심이 생기고 상황과 장면을 영화를 보듯 상상합니다. 그러면 모호한 분위기만 존재하던 감정이 대상으로 구체화 되고 초점이 맞춰지듯 뚜렷해 지죠. 

가령 한여름에 포도를 먹은 뒤 뼈만 남은 송이의 가지가 말라 비틀어져 버려진것을 보았어요. 분명 수분이 가득해서 과즙으로 꽉 찼던 게 어제인데요. 하루 차이로 생과 사가 분명하게 대조되는 이미지였죠. 예뻐서 아껴먹기도 했던 포도를 계속해서 탱탱하고 영롱한 열매로 남겨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상상을 토대로 포도알을 알알이 본을 떠 레진으로 구현하고 린넨에 잎을 수놓아 영원히 시들지 않는 포도 오브제를 탄생시켰습니다. 


평소 막연한 불안의 감정을 잠재우는 것에 집중하는 편인데 사람들 대부분이 그렇듯 자연에 녹아 들면 정말 고요 해져요. 자연의 식물들 또한 제 주된 소재와 영감의 원천이 되곤 합니다. 



4 전시에 참여하게 된 소감에 대해 들려주세요. 


마침 오브제 작업을 당분간 쉬고 사진 이미지를 이용한 평면작업을 염두 해 두고 있었는데 같은 아이템을 먼저 제안 주셔서 너무 신기하기도 하고 반가웠습니다. 앞서 말한 작가시작의 계기에 디자인하우스와의 만남이 있었는데 전시로 좋은 인연이 이어 가져서 기쁘고요.

또한 이번처럼 같은 장치와 테마를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낼 다른 참여 작가님의 다양하고 기발한 작품들도 얼마나 멋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5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그간의 활동은 전시를 통해 소개되는 기회가 적었는데 앞으로는 많은 전시 기회를 만들고 싶어요.

몇가지 준비된 전시에서 제 결을 더 다듬고 새로 시도하는 작업에 많은 연구와 고민으로 시간을 보내려고 합니다.




기획 / Style H magazine

인터뷰어 및 편집 / 조가희 에디터